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에 대한 감상

아 짜증나 진짜





***스포일러 주의!!!***






전편이 워낙 재미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번 편의 예고편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의 느낌이 충만해서였는지 (개인적으로는 [스카이폴]이나 [스타워즈: 최후의 제다이] 예고편만큼이나 전율적이었다), [인피니티 워]는 좀 기대를 하고 보게 됐다. 솔직히 재미는 있었는데, 막 좋지는 않았다. 그 중 타노스의 캐릭터가 가장 짜증났다. 이 글에서는 그 타노스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아주 잘 만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라는 코멘트에 지극히 공감한다. 맨 처음 가디언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아주 의식적으로 흐르는 올드 팝송은 좀 이게 뭔가 싶지만, 이어지는 장면에서 토르를 마주하는 장면까지 보면 이들도 이 암울한 분기점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세계관의 아웃사이더이던 그들을 어벤져스의 이야기 속으로 적극 끌어들인다. 타노스가 그들과 제법 연관있는 악당이기도 하니까.

[어벤져스] 맨 첫 번째 편의 엔딩 크레딧 영상으로부터 6년, 드디어 본격적으로 영화에 등장한 타노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짜증나고 꼴 보기 싫은 존재다. 표현이 너무 강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여기저기서 '타노스는 최고의 악당이다' 하는 말들을 워낙 많이 들었어서 더 그렇다.

그래도 첫 등장은 제법 강력하고 위압감 있었다. 그러나 멜서스 이론에 심취한 모습과 네뷸라를 물리적으로, 가모라를 정신적으로 고문하고 학대하는 장면이 거듭될수록 짜증만 났다. 멜서스 이론의 활용 자체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라는게 있고, 멜서스 이론 자체가 악당의 나쁜 동기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무턱대고 '절반을 사라지게 하면 된다' 따위 말 같지도 않은 동기에서부터 감상에 잡음을 튀게 만든다. '저래서 뭘 어쩌려고?' 싶다. 우주에서 레이저를 쏴서 인류를 거의 없앤 다음 내가 이 행성의 제왕이 되겠다던, 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들 속의 악당들과 다를게 뭔가 싶다. 아니 그렇게 무턱대고 절반의 인류를 없애면, 네가 지구를 지배할 때 도움이 되는 인간들은 얼마나 남았을 줄 알고?

앞서 말했 듯이 타노스 자신의 수양딸 네뷸라와 가모라에게 가하는 물리적, 정신적 고문과 학대도 짜증스럽기 그지 없다. 얼핏 보면 고차원적이고 인간적인 악당이라는 말로 포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대상이 왜 네뷸라와 가모라(굳이 더 말하자면 피터 퀼도) 여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이 어렵다. '원래 그런 악당이다' 라는 말이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건 캐릭터성 구축의 명백한 실패다. 가모라를 제물로 바칠 때 흘리는 눈물은 진심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그건 정말 가증스러운 악어의 눈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는 어쨌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울부짖는 가모라의 팔을 잡아 끌고 가서 절벽에서 던져버린다. 짜증과 분노의 절정이다.

어벤져스 1편의 엔딩 크레딧 영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거쳐 [인피니티 워] 까지 올 수록 점점 더 '인간적으로' 변하는 외양도 짜증을 더한다. 분명 첫 모습은 정말 우주의 무서운 악당의 느낌이었는데, 어째 시간이 흐를수록 친숙하고 덜 무서운 외모로 조금씩 변한다. 상기한 [인피니티 워]에서의 행동들과 같이 보고 있으면 이건 너무 의도적이다. 앞서 말한 모든 짜증의 클라이맥스다. 다른 MCU 영화의 악당들처럼 한 줌 먼지같은 하찮은 악당까지는 아닐지라도, 타노스에게서 유발하려던 공감이나 연민 같은 감정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악당은 어디까지나 악당이다. 나빠 보이는 외양, 허무맹랑하지 않고 납득 가능한 행동 동기 정도면 충분하다. '진심의 눈물', '아끼던 사람들을 잃은', '고독하지만 목표를 위한 결단' 같은, 필요 이상의 공감성 유발을 악당에게 쏟아붓다시피 했다는 것이 [인피니티 워] 속 타노스 캐릭터의 패착이다. 144분 짜리 영화에서 45분 가량을 타노스가 차지했다고 한다. 공감 가능한 악당의 모습과 동기, 과거를 설명하느라 비중 분배의 밸런스가 무너진거다. 다른 마블 영화라고 그 정도를 못 했을까? 수양 자식들을 고문하고 학대하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캐릭터들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머리통을 눌러서 깨부술 듯이 위협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영화 외적으로는 세계관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정말로 전 우주의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버리고야 하는 악당을 만들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똑같이 악역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악역을 미화하려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몰아주지는 않은 [다크 나이트] 생각도 난다. 악역은 어디까지나 악역이다. 필요 이상의 어떤 감정들을 지나치게 몰아주거나 관객들에게 긴 시간과 분량을 들여 그 존재를 설득하려고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Flims, Books, Writings, and the other stuffs

김완순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댓글을 사용하지 않는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