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부터 얼마나 달려왔을까, 자동차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안도로였다. 본드는 매들린을 보며 물었다.


"잠깐 쉬었다 갈까요?"


매들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를 줄인 자동차는 바다와 가까운 쪽 도로의 가장자리에 멈춰섰다. 도로를 지나는 다른 자동차는 없었다. 경치가 아까울만큼 한적한 해안도로였다. 날씨도 무척 좋아서 햇빛을 받아 바다를 끼고 선 은색의 애스톤 마틴 DB5는 지나온 세월이 무색하도록 아름다웠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본드가 내렸다. 본드는 숨을 들이쉬며 바다를 보았다. 스위스 산 꼭대기에서 만난 닥터 스완은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이른 허니문을 떠나는 중이다. 미스터 화이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었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본드와 매들린은 그곳에서 일주일 정도 있을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평생 살 수도 있겠지, 거긴 아름다운 곳이니까. 이 세상 어디에서든 매들린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짭짤한 바람이 이상하리만치 상쾌했다. 바람이 이렇게나 달게 느껴진 적이 있던가...본드는 몸을 돌려 차 안을 들여다봤다. 매들린이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고 본드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살풋, 웃었다.


"얼마나 남은 거예요? 그렇게나 예쁜 곳이?"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40분 정도?"


미소를 머금은 매들린은 다시 선글라스를 걸쳤다.


"그럼 어서 달려야죠. 출발 안 할 거예요?"


"천천히 출발하겠습니다, 여왕님."


"뭐라구요?"


"이 세상 모든 시간이 다 우리 건데, 여유롭게 가시죠."


매들린이 크게 웃었다. 본드는 운전석 창문에 가슴을 얹고 차 안으로 고개를 내밀고 매들린을 길게 바라보았다. 매들린이 다시 선글라스를 조금 내려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만 봐요."


본드가 대답했다.


"그럴 수가 없는걸요."


"지금은 실크 드레스 차림도 아닌데요?"


"그런 거 상관 없어요."


"빨리 가요, 제임스. 어떤 덴지 궁금해 죽겠어요."


그때, 작은 자동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본드가 선글라스를 쓰며 말했다.


"조그만 한게 더럽게 밟아대네."


다시 본드가 매들린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 때, 이번엔 은색 SUV가 달려왔다. 본드는 그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SUV가 속도를 줄였고, 난데없이 총알이 빗발쳤다. 순식간이었다. 본드는 자동차 뒤로 달려가 운전석으로 향했다.


"오버하우저!"


본드는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


"블로펠드, 오버하우저, 그 놈이 시킨..."


본드는 고개를 돌려 매들린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웃던 얼굴은 창백한 무표정인 채로 피에 젖어 있었다. 핏줄기는 이마에서 흘러내려 콧잔등에서 두 갈래가 되어 그녀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앞 유리창을 뚫고 그녀를 향해간 단 하나의 총알 자국이 선명했다. 본드가 뻗은 손이 그녀를 건드리자 힘없이 본드의 품으로 쓰러졌다. 매들린의 얼굴에서 말라가던 핏줄기 위로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 거친 손이 미처 감지 못한 매들린의 두 눈꺼풀을 덮었다.


하늘은 화창했고, 바닷바람은 여전히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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