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잉 조커..."헤이, 헤이 배트맨!!"
어노잉 조커..."헤이, 헤이 배트맨!!"


처음 공개된 예고편을 봤을 때는 이거다 싶었더랬다. 드디어 DC코믹스도 꽤나 매력 있어보이는 기획을 해냈다고, 드디어 DC만의 캐릭터들이 탄생했다고. 그런데, 매력적인 캐릭터들만, 아니 매력적인 '할리 퀸'만 만드느라 이들은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영화는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을 과거 회상을 통해 보여준다. 밀도 있는 내러티브 내지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하게 하고자 하려는 의도였을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수차례의 플래시백이 없이도 충분히 매력있는 캐릭터들에게 얼마든지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굳이 경쟁사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끌고 와서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마블과 DC는 서로의 지향점이 너무도 다르니까.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적지 않다. 필연적으로 비교될 부분이 너무도 많다. 각자 사연을 가진 범죄자들이 뭉쳐 옳은 방향으로 변화해 세상을 구하는 것. 그래서였는지 광고 카피는 아예 "나쁜놈들이 세상을 구한다" 였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에는 그 '나쁜 놈들'이 없었다는 게 아이러니.


우선 이 영화는 캐릭터들마다의 과거 이야기를 전부 다 보여준다. 예고편에서 나왔던 조커와 할리 퀸의 장면들은 태반이 할리 퀸의 과거를 설명하느라 나온 장면들이다. 정말이지 그게 다다. 간략하게 '그런 일이 있었어' 라고만 한 뒤 본론으로 달려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관객 입장에선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까지 다 보여주느라 초반부의 20분을 할애한다. 그런데 제작진이 간과한 지점이 여기다. 이들은 너무나도 흉악 범죄자들이다. 어떤 '슬픈 사연'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어도 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질은 정말 나쁘다. 그들이 저지른 흉악 범죄를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실수인 마냥 감정적으로 지리하게 설명해주기를 반복하는데, 이와중에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어떤 진전도 임팩트도 없이 부진하게 흘러간다. 아니, 그래서 나쁜 놈들이 세상은 언제 구하냐고??


이 영화는 자꾸만 개과천선하려는 나쁜 놈들에 집착한다. 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며, 근데 정작 그 나쁜 놈들은 본인들이 나쁜 놈들이 아니라고 자기부정만 해댄다. 적들은 나타나니까 때려죽일 뿐이다. 돈 받고 사람을 죽였어도, 화가 나면 사람을 씹어 먹더라도, 화를 못 참아 집에 불을 질러 자기 가족들을 죽였어도, 우린 결국 착한 놈들이라고만 한다. 그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다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 캐릭터의 활용은 그저 최악이며, 기대했던 할리 퀸 조차 비주얼로 승부할 뿐이었다. 워너브라더스가 줄창 할리 퀸으로만 이 영화를 홍보하려 했던 이유가 다 있던 거였다.


팝송을 삽입한 연출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선곡은 일관성이 없이 캐릭터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예고편 때문에 본편에도 억지로 넣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어야 할 음악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슬쩍 나오고 영화가 끝이 난다. 


악당도 매력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초자연적인 악당이 등장하지만 등장과 행동 모두 고루하기 짝이 없고, DC코믹스의 정체성에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오컬트함을 내세우지만 그 활용은 형편 없다. 뭔가 할 것 처럼 보였지만 결국 관객들의 머릿속에 남은 건 삼바 춤 뿐이다. 타이밍도 너무 기가 막혀서 애석하기까지 할 따름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감독판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모자란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고, 그곳이 채워진 감독판은 그래도 본편보단 괜찮은 결과물인 게 사실이었기에.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감독판의 존재조차 궁금하지 않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어설픈 나쁜 놈들의 착한 놈 되기 이야기는 도무지 어디에서도 그 매력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료가 좋으면 뭐 어떡할까. 조리법부터 틀려먹은 것을. 이 유치하고 난잡한 난리법석은 결국 거창하게 시작해서 시시하게 끝나 버렸다. 이번에도 관객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결과물을 보고서 다음을 기약하는 관객들이 몇 명이나 될런지도 궁금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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